전기차 4년 타본 후기 (충전비, 혜택축소, 유지비)
솔직히 저는 2020년에 전기차를 구매할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충전비가 오르고 혜택이 줄어들 줄 몰랐습니다. 당시 아내 차로 쓰던 모닝을 대체하려고 알아보던 중 푸조 e-2008이 눈에 들어왔고, 정부와 지자체에서 1000만원 이상 보조금을 지원해준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구매했습니다. 환경부 무료 급속 충전기로 공짜 밥을 실컷 먹고, 고속도로 통행료 50% 할인 혜택까지 누리던 그 시절이 벌써 4년 전 일이 됐네요. 4년간 전기차를 운행하며 느낀 솔직한 경험과 변화들을 나눠보려 합니다.
완속충전기, 왜 이렇게 불안정한가요?
전기차 충전의 기본은 완속충전이라고들 합니다. 자신이 사는 집에 완속 충전기가 설치돼 있으면 밤새 충전해두고 아침에 꽉 찬 배터리로 출발할 수 있으니까요. 저희 빌라에도 충전기가 여러 대 있어서 처음엔 큰 불편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충전 중 갑자기 멈춰버리는 현상이었습니다. 밤 10시에 꽂아두고 자고 일어났는데 새벽 2시쯤 충전이 중단돼 있는 겁니다. 목표치인 90%까지 채우려던 계획이 60%에서 멈춰버리면 아침에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죠.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 한 달에 서너 번씩 반복되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충전기 제조사마다 통신 프로토콜(통신 규약)이 조금씩 다르고, 전기 설비의 전압 변동 문제도 영향을 준다고 하더군요. 여기서 프로토콜이란 전기차와 충전기가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약속된 방식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서로 다른 언어로 대화하다 보니 중간에 오해가 생겨 충전이 끊기는 겁니다. 다양한 충전기 회사들이 시장에 난입하면서 표준화가 제대로 안 된 탓이죠. 제 경험상 특정 브랜드 충전기에서는 문제가 없는데, 다른 브랜드 충전기에서는 자주 끊기는 일도 있었습니다.
충전비와 혜택, 예전 같지 않습니다
2020년 초만 해도 주변에 환경부에서 운영하는 무료 급속 충전기가 꽤 많았습니다. 저는 그때 정말 공짜 밥 투어를 다녔습니다. 마트 갈 때, 영화 보러 갈 때, 심지어 드라이브 나갈 때도 무료 충전기 위치를 미리 확인하고 들러서 충전했죠. 완전히 공짜로 차를 굴리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완속 충전기 요금도 kW당 300원대까지 올라 급속 충전 비용과 비슷한 수준이 됐습니다. 환경부 완속 충전 요금은 2020년 대비 거의 두 배 가까이 오른 셈이죠. 물론 아직까지는 내연기관차 대비 가성비가 남아있긴 합니다. 휘발유값이 리터당 1,600원대를 오가는 걸 보면 전기차가 여전히 저렴하긴 하지만, 예전처럼 압도적인 차이는 아닙니다.
혜택 축소도 뼈아픕니다. 고속도로 통행료 50% 할인 혜택은 매년 10%씩 줄여나가기로 했습니다. 이 혜택만큼은 장거리 운행이 잦은 저희 집에 정말 큰 메리트였는데,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겁니다. 전기차 10만 대 시대를 맞아 정부 입장에서는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걸 이해는 하지만, 초기 구매자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큽니다.
- 2020년: 환경부 무료 급속충전기 다수 운영, 고속도로 통행료 50% 할인
- 2023년: 무료 충전기 대부분 유료 전환, 완속 충전 요금 kW당 200원대 진입
- 2024년: 완속 충전 요금 kW당 300원대 돌파, 통행료 할인 40%로 축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는 생각보다 번거롭습니다
테슬라처럼 OTA(Over The Air) 업데이트가 되는 전기차들이 많습니다. 이 OTA란 무선으로 차량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기능을 뜻하는데, 쉽게 말해 스마트폰처럼 인터넷으로 최신 버전을 받아 설치하는 겁니다. 처음엔 이게 정말 혁신적이고 편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서비스센터에 갈 필요 없이 집에서 업데이트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실제로 써보니 생각보다 오래 걸립니다. 안정적인 와이파이 연결이 필요한데, 결국 도서관 앞 노상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와이파이를 연결해서 업데이트를 받아야 했습니다.
업데이트 파일 크기도 만만치 않습니다. 기가바이트(GB) 단위로 다운로드해야 하는데, 제처럼 단거리 위주로 운전하는 사람은 차를 켤 기회가 많지 않아 다운로드가 며칠에 걸쳐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업데이트가 완료될 때까지 차를 계속 켜두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결국 며칠 동안 조금씩 받다가 완료되는 식이었죠. 제 경험상 한 번 업데이트하는 데 일주일 정도 걸린 적도 있었습니다.
나만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전기차의 매력
단점만 이야기하다 보니 전기차가 별로인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전기차만의 압도적인 장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제가 가장 만족하는 부분은 바로 공회전 부담 없이 차 안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내연기관차는 시동을 켜두면 엔진이 돌아가면서 연료를 소모하고 매연을 뿜어냅니다. 밀폐된 공간에서 오래 있으면 건강에도 좋지 않죠. 하지만 전기차는 시동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습니다. 그냥 히터나 에어컨을 켜면 배터리 전력으로 작동하는데, 배터리 소모량도 미미합니다. 저는 이 점을 십분 활용해 차 안에서 독서도 하고, 노트북으로 작업도 하고, 넷플릭스로 영화도 봅니다.
특히 차박의 장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텐트를 치고 야영 준비할 필요 없이 차 안에서 모든 게 해결됩니다. 여름엔 에어컨, 겨울엔 히터를 밤새 틀어도 배터리 10~15% 정도만 소모되니 부담이 없습니다. 제가 직접 차박을 몇 번 해봤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배터리 잔량을 확인하면 생각보다 많이 안 줄어 있어서 놀랐습니다.
유지 관리비 측면에서도 전기차는 여전히 압도적입니다. 엔진 오일, 미션 오일, 각종 필터 교체 같은 게 필요 없으니 정비소 갈 일이 거의 없습니다. 제 경험상 4년 동안 타이어 한 번 교체한 게 전부였습니다. 차에 대해 잘 모르고 관리에 무관심한 사람일수록 전기차가 더 적합하다고 봅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출처: 국토교통부) 전기차 평균 유지비는 내연기관차 대비 약 60% 수준이라고 합니다.
4년간 전기차를 타면서 느낀 건, 완벽한 차는 없다는 겁니다. 충전 인프라의 불안정함, 치솟는 충전비, 줄어드는 혜택 같은 단점들이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순간 가속력, 원패달 드라이빙의 편리함, 공회전 없는 나만의 공간 활용, 압도적인 유지비 절감 같은 장점도 여전히 강력합니다. 전기차 구매를 고민 중이라면 이런 현실적인 부분들을 충분히 고려해서 결정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기차를 선택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