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구매 필수 체크 (홈서비스, 성능보증보험, 수수료)
솔직히 저는 중고차를 살 때 딜러의 말만 믿고 그 자리에서 계약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몇천만 원짜리 차량을 고작 30분 정도 둘러보고 시승도 제대로 못한 채 결정했죠.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아찔한 선택이었습니다. 요즘 중고차 시장은 예전과 확연히 다릅니다. 대형 중고차 업체들이 생겨나고 현대와 기아차까지 직접 뛰어들면서 신뢰도가 많이 올라갔지만, 그래도 중고차는 중고차입니다. 과거 이력을 완벽하게 알 수는 없는 노릇이죠.
홈서비스가 중고차 구매의 시작입니다
일반적으로 중고차는 매매단지에 직접 가서 사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중고차 단지에 가면 수백 대의 차량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딜러들의 적극적인 세일즈가 시작됩니다. 분위기에 압도되기 쉽죠. 저도 그랬으니까요.
요즘 대형 중고차 업체들이 제공하는 홈서비스(Home Service)를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홈서비스란 원하는 차량을 집으로 배송받아 일정 기간 동안 시승해볼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보통 3일에서 7일 정도 충분히 타볼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긴장한 상태로 10분 정도 돌아보는 게 전부지만, 집에서는 여유롭게 프락셀(fracxel) 상태도 확인하고 핸들링도 꼼꼼히 테스트할 수 있습니다. 프락셀이란 엑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조작할 때 나타나는 차량의 반응을 뜻하는데, 변속기나 브레이크 상태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만약 홈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매물이라면, 저는 과감하게 포기하는 편입니다. 그만큼 홈서비스는 필수라고 봅니다. 반품할 때 탁송료 부담이 있긴 하지만, 현장에서 잘못 구매해서 몇천만 원 날리는 것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카센터 리프트 점검은 필수 코스입니다
홈서비스로 차를 받았다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이튿날 바로 집 근처 정비소로 가져가야 합니다. 비용은 약 5만 원 정도 들지만, 이 돈이 나중에 수백만 원을 아껴줄 수 있습니다.
정비소에서는 리프트(lift)에 차를 올려서 하체를 점검합니다. 리프트란 차량을 공중으로 들어올리는 장비로, 바닥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하부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해줍니다. 누유(oil leak), 부싱(bushing), 마운트(mount) 상태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데, 누유란 엔진이나 미션에서 오일이 새는 현상을 말하고, 부싱은 서스펜션 연결 부위의 완충 고무를, 마운트는 엔진을 차체에 고정하는 부품을 뜻합니다.
중고차 매매단지에서는 외관만 번지르르하게 상품화되어 있어서 이런 문제들이 가려져 있습니다. 전문 장비로 확인해야만 숨겨진 문제를 잡아낼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던 차가 리프트에 올려보니 오일 팬에서 누유가 있더군요. 그 자리에서 계약을 취소했습니다.
알선 수수료는 내지 않아도 됩니다
엔카나 KB차차차 같은 플랫폼에서 본인이 직접 매물을 골라서 해당 차주나 딜러에게 연락했을 경우, 알선 수수료를 낼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알선 수수료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실제로 써보니 이건 좀 억울한 부분입니다.
알선 수수료(arrangement fee)란 중개인이 다른 딜러의 차량을 연결해줄 때 발생하는 비용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A딜러가 B딜러의 차를 소개해줬을 때 받는 중개 수수료입니다. 하지만 내가 플랫폼에서 직접 찾아서 연락한 경우에는 중개 행위가 없었으므로 수수료를 낼 이유가 없습니다.
견적서를 받았을 때 '알선 수수료' 또는 '딜러 수수료' 항목이 있다면 당당히 제외를 요청해야 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약 30만 원을 아낄 수 있었습니다. 국토교통부 자동차 365 사이트(출처: 국토교통부 자동차 365)에서도 중고차 거래 시 부당한 수수료에 대한 안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구매 후 10일, 성능보증보험을 활용하세요
중고차를 구매하고 나서 일주일 정도 운행하면, 그때부터 차량의 진짜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던 차에서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시점이 바로 구매 후 10일 전후입니다.
다행히 20만 킬로미터 미만 중고차에는 중고차 성능보증보험이 의무적으로 가입되어 있습니다. 이 보험의 보장 기간은 통상 30일 또는 주행거리 2,000킬로미터 이내입니다. 중고차 성능보증보험(performance guarantee insurance)이란 중고차 구매 후 일정 기간 내에 주요 부품에 하자가 발견될 경우 수리비를 보장해주는 제도를 말합니다.
보증 범위는 생각보다 넓습니다. 다음 항목들이 포함됩니다:
- 엔진 관련 부품(실린더 헤드, 피스톤, 크랭크축 등)
- 변속기 관련 부품(기어, 클러치, 토크 컨버터 등)
- 조향장치 및 현가장치(파워 스티어링 펌프, 쇼크업소버 등)
- 제동장치(마스터 실린더, 브레이크 부스터 등)
- 전기장치(발전기, 시동 모터 등)
제가 직접 경험한 사례로는, 구매 후 12일째에 변속기 센서에 문제가 발생했는데 성능보증보험으로 약 80만 원 상당의 수리를 무료로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골든타임을 놓치면 나중에 수백만 원이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구매 10일 시점에 다시 한번 차량을 점검하고,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즉시 보험사에 연락해서 수리를 받아야 합니다.
정리하면, 중고차 구매는 더 이상 운에 맡기는 게임이 아닙니다. 홈서비스로 충분히 시승하고, 전문 정비소에서 리프트 점검을 받고, 부당한 수수료는 거절하고, 성능보증보험을 적극 활용한다면 일반인도 충분히 가성비 좋은 차량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저처럼 분위기에 휩쓸려 즉석에서 결정하지 마시고, 이 네 가지 원칙만 지킨다면 두고두고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1Kll59lyG6I